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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별거 경험자 절반 “폭행 피해”

by 금빛돌 2023. 7. 5.

여가부 ‘2022년 실태조사’

남녀 모두 ‘정서적 폭력 경험’ 최다
가정폭력 대물림 받는 경우 많아
‘가정 내서 해결’ 인식 소폭 증가
이혼과 별거를 하거나 동거를 끝낸 경험이 있는 2명 중 1명은 당시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부모가 아동에게 폭력을 ‘대물림’하는 비율도 높았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가족부는 5일 이런 내용의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3년마다 실시하는 법정 조사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해 8∼11월 성인 906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배우자나 파트너에게서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7.6%(여성 9.5%·남성 5.8%)로 직전 조사인 2019년(전체 8.8%, 여성 10.9%·남성 6.6%)보다 소폭 떨어졌다.

배우자나 비혼 동거 파트너와 이별한 경우 혼인이나 동거 중인 경우보다 폭력 피해율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자 중 이별을 경험한 577명의 절반 이상(50.8%)이 신체적 또는 정서적, 성적, 경제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혼인 또는 동거 중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14.3%)와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이별한 남성과 여성 모두 정서적 폭력 경험이 가장 많았는데 여성의 경우 성적 폭력(21.4%)과 신체적 폭력(34.8%) 비율이 남성(6.0%·21.0%)보다 높았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양육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아동을 폭행하는 비율도 두 배 이상 높았다. 지난 1년간 미성년자 아동을 양육한 응답자(2086명) 가운데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 응답자(1996명)의 아동폭력 가해 경험은 25.7%였다. 가정폭력 경험이 없는 양육자 중 아동폭력을 한 경우(10.5%)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남성의 아동폭력 가해율은 20.9%로 피해 경험이 없는 남성(6.8%)과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양육자의 전체 아동폭력 가해 경험은 11.7%로 2019년(27.6%)과 견줘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배우자·파트너 간 폭력이 아동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라고 답한 비율은 20.5%로 2019년 18.5%보다 증가했다. ‘가정폭력은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응답률도 2019년 17.5%에서 19.6%로 늘었다. 조사를 수행한 연구진은 “가정폭력 허용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나 여전히 가정폭력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개인적 문제로 보는 태도가 적지 않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런 인식 탓에 폭력 피해자가 대응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도 줄었다. 폭력 피해자의 53.3%가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고, 92.3%는 폭력을 당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2019년 조사보다 각각 7.7%포인트, 6.6%포인트 증가했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25.6%)가 가장 많았고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서’(14.2%), ‘배우자·파트너이기 때문에’(14.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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