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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박사 학위 유무와 상관없이 신실하게 신학하는 목사님들을 위하여. . (상식허)

by 금빛돌 201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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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목회자들이 좋아하는 미국 목회자 중 아마도 유진 피터슨 목사님이 한 분이 되지 않게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메시지 성경 번역을 비롯해서 많은 신학적 묵상을 담은 글들을 쓰셨고 지금도 팔십대의 고령이지만... 계속 저술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2. 그런데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유진 목사님은 박사 학위가 없다. 존스홉킨스에서 구약박사과정 했지만 마치지 못했다. 자서전에 자세한 사정이 나오는데, 어찌되었건 그분은 박사 학위와 무관하게 신실한 신학자의 삶을 목회자의 사역 속에 잘 접목시키셨다.

3. 이런 것은 그가 한 세대를 섬겼던 교회(메릴랜드 주 교외에 위치한, 신도시 개발지역에서 본인이 개척하여 성장시킨 미장로교교회, PCUSA)가 유진 목사님의 신학자로서의 은사와 목회를 잘 조화하여 사역하도록 협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교회의 당회가 그에게 교회의 모든 행정/사무/ 재정 관리 등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하는 "글쓰고 설교하고 목양하는 일"에만 전념하게 배려했기 때문에 지금의 작가로서의 유진 목사님이 되어진 것이다.

4. 그 교회를 개척해서 교회 건축도 하고 어느 정도 안정되게 성장시킨 유진 목사님이 어느 날 목회에 탈진해서 당회에 사임하겠다고 말하는데, 당회가 그에게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이 제안으로 인해서 그의 남은 목회의 스타일이 결정된다. 그가 왜 탈진했는가 하면, 그는 소위 성공한 한국교회 목회자들처럼 교회 개척 후 몇 년 동안 죽을 힘을 다해 교회 성장을 위해 매진하고 교회 건축까지 했는데, 어느 날 저녁 딸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고 사임을 결심한다.

5. 그 날 저녁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밥을 먹고 교회로 다시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딸이 아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보채였다. 유진이 돌아보며 다음에 읽어준다고 건성으로 답했는데, 딸이 오늘까지 아빠가 책 읽어주겠다고 하고 미룬 것이 몇일인지를 말한다. 딸은 하루 하루 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유진은 벌써 여러 날을 그렇게 딸의 요청을 거절하며 교회 일에 미쳐있었던 것이었다.

6. 딸에게 얼마나 소홀하였는가를 깨닫고, 자신의 목회가 완전 잘못되었다 반성하면서 그 날 저녁 바로 당회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당회원들이 의외의 제안을 하는 것이다. 당회원들이 그에게 원하는 목회를 하기 위해서 무엇을 도와주면 되냐고 묻는다. 유진은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평소 자신이 개척 목사로서 혼자 온갖 사역을 다 해야 했던 것에 대해 마음에 맺힌 그대로를 얘기한다. 교회 잡다한 사무들 보느라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부터, 한 마디로 자신은 공부하고 책을 쓰는 일을 하는 목사이고 싶다는 얘기였다.

7. 그런데 신기하게 당회원들이 그의 요구를 받아들어 준 것이다. 그로 인해 그는 교회의 행정/ 재정/사무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부목사를 둘 형편이 아닌 교회가 성도들이 그런 일들을 나누어 해주었지요. 그래서 유진은 책을 쓸 수 있었고, 성도들에게 좋은 말씀 사역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8. 한국에 와서 여러 목회자들을 만나보니, 책 읽을 시간은 고사하고 성경 읽을 시간조차 없다고 한다. 교회 사무실에서 성경이라도 펼치고 있으면 마치 아무 일 하지 않고 노는 것 처럼 담임목회자나 교인들이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고 한다.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사도행전에 집사들을 세울 때, 사도들이 기도와 말씀 사역에 전념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지 않았나. 목회자가 목양을 위한 심방이나 제자사역을 제외한 시간을 전부 말씀 연구와 기도에 전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담임목사님만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게 하는 그런 교회들도 있는 것 같은데, 부교역자들은 그러면 목회자가 아닌가? 임영수 목사님이 최근 미국에서 행한 목회자 세미나에서 목회자는 하나님 말씀 앞에 있는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셨다고 한다. 정말 맞는 말씀이다.

9. 유진 피터슨 목사님처럼 작가로서의 사역을 하지 않더라도, 모든 목회자들은 기본적으로 글을 쓰고 글로 말하는 사람 아닌가? 목회자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과 성경을 묵상하는 목회 환경, 그리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책들을 읽으면서 더불어 몇 시간이고 주저 않아 하나님 앞에서 기도할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결국 한국 교회를 살리고 교인들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 외적인 교회 성장을 위해 목회자들을 온갖 프로그램을 돌리는 코치로 만들어서 어쩌겠다는 건가.

10. 필요한 자격증으로서 신학 학위도 필요한 경우 있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신학 하는 목회자들이 이 땅의 교회들을 섬길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주님, 교회와 신학교가 목회자들이 기도와 말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바른 길을 선택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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