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1970~ ) |
한 번일지라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
늘 젊은 노래가 있다.
나이가 들어도 삼촌이나 아저씨가 되지 않고 늘 오빠인 사람이 있듯이.
1998년에 나와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래가 아직 듣거나 부를 때마다 울컥 이게 한다는 것은 이 노래에 마음의 현을 긁는 비장의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연애 시처럼 민중시를 쓰는 정지원 시인의 점층적으로 정서를 키워가는 힘 있는 시가 있었다. 무당의 주술처럼 북돋워가며 감정의 불꽃을 넘실거리게 곡을 붙이고 힘 있는 ‘록’ 풍으로 색깔을 입힌 우리 시대의 가객 안치환이 있었다. 사실 이 노래는 1996년 민중 노래패 ‘꽃다지’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을 때 석방 촉구 공연을 보고 그 느낌을 시로 옮긴 것이었다. 처음 ‘꽃다지’가 노래로 만들어 불렀을 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안치환이 편곡하여 부르면서 민중가요로서보다는 호소력 짙고 역동적인 대중가요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인생의 양면처럼 이 노래에도 이면의 그늘이 있는 듯하다. 시대를 아우르는 시말을 맛깔 나는 곡과 목소리로 버무려준 공로로 이 노래는 안치환의 대표곡이 되었지만, 그의 유명세에 비해 원본인 시를 쓴 시인이 다소 빛을 잃은 감이 있다. 정지원 시인은 ‘오월시문학상’을 수상하고 잡지 《노둣돌》 등에서 활동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비롯하여 이 시기의 활동작품을 묶어 2003년에 시집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라는 시집을 상재하였으나 이 노래의 유명세를 뛰어넘진 못하였다. 어쨌든 이 노래처럼 독자의 수용미학이 크게 작용한 노래도 드물 것이다. 정지원 시인이 처음 시를 지을 때의 의도와 독자 혹은 청자가 읽어낸 의미의 스펙트럼이 바뀌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이 노래의 의미는 늘 변화되거나 넓어졌다. 막 사랑에 빠질 때, 사랑의 잎새를 그늘 짙게 키워갈 때, 사랑의 소슬한 기운에 휘청거릴 때, 사랑을 떠나보내고 몸을 떨며 울 때 이 노래는 늘 내 곁에 있었고 그때마다 다른 색깔로 내 마음을 울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에서 느껴지는 생명력과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에서 감지되는 뜨거운 사랑의 선동성에 감염되지 않은 자가 정상이겠는가?
아마도 이 노래는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짙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강물같이” 휘돌거나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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