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세밑이다. 우리네 삶은 숱한 전투와 동란과 위기로 욱여쌈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학·취업·결혼전선, 전세·노후·복지대란, 경제·남북위기 등 앞에는 전선이 펼쳐져 있고 뒤에서는 위기가 밀려오는 형국이다.
지난 1년 동안 목표달성은커녕 성과도 빈약하고 내용조차 부실하지만 그래도 한 해가 저물어가는 마당이니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얻어들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끼리끼리 자리를 만들어 덕담과 위로를 주고받는 송년의 밤이 여기저기서 무르익는다.
모바일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와 코카콜라가 지난달 27∼28일 10∼3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해 첫날 듣고 싶은 말 가운데 ‘잘될 거야’가 19.0%로 1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10대의 16.7%, 20대의 19.9%, 30대의 20.5%가 ‘잘될 거야’를 꼽았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잘될 거야’를 많이 거론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10대보다 20대, 20대보다 30대가 실제 상황에서는 훨씬 더 잘되고 있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듯하다. 원하는 만큼 잘되지 못했기에 더욱 ‘잘될 거야’란 말에 집착하는 건 아닐까.
그밖에도 ‘사랑해’가 응답자의 12.0%를 차지했고 ‘응원할게’ ‘난 널 믿어’ ‘네가 최고야’가 각각 10.8%, 9.1%, 8.7%로 뒤를 이었다. 잘되지 못하더라도 사랑해줬으면 좋겠고, 응원과 신뢰를 받고 싶고, 최악의 경우라도 자신을 최고로 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처절한 외침이다.
가슴이 짠하다. 위로받고 싶은 시점을 새해 첫날로 잡았을 뿐 한 해를 보내면서 원하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을 터다. 마치 우리 사회가 위로갈급증에 빠진 것 같다. 그만큼 모두가 하루하루 쉽지 않은 삶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리라.
어쩌면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로받고 싶은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일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박 대통령은 공약을 앞세우면서 화려한 첫 해를 맞을 것으로 보였으나 국가정보원 댓글 문제로 정치는 표류하고, 미·중·일의 힘겨루기와 북한의 강공세까지 겹치면서 동아시아 신뢰프로세스는 작동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불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니.
최상의 위로는 성경 속 하나님의 말씀 한마디다. “네가 어디 있든지 내가 함께 하겠다”는 그 말은 ‘잘될 거야’에 믿음이 더해진 버전일 터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