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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교인들(박영돈교수)

금빛돌 2013. 8. 5. 09:09
어리석은 교인들(1)
어떤 교회에 가서 설교하면서 목사가 죽어야 한다고 하니 한 교인이 큰 소리로 아멘으로 화답해 심각한 대목에서 그만 폭소가 터지고 말았다. 필자가 목사로서 우리 목사들 자신을 주로 비판했지만 어디 한국교회의 문제가 목사들에게만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교인들이 마치 자신들은 목사의 잘못으로 인해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인 양 한국교회의 문제를 목사들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나 우리 교인들 또한 목사들 못지않게 중대한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교회의 대형화로 인해 발생한 온갖 비리와 부작용이 어찌 목사만의 책임이겠는가. 교인들이 대형교회로 꾸역꾸역 모여들지 않았다면 어찌 대형화가 이루어졌겠는가. 사실 대형화의 주역들이 교인들이다. 대형교회를 이룰 수 있는 모든 인...적, 물적, 정신적 자원뿐 아니라 그 명분과 의의까지 제공한 이들이 바로 교인들 자신이다. 그러니 대형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목사들도 찾아오는 교인들을 박절 맞게 내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대형교회가 되었다는 핑계거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교인들의 의식이 깨어있다면 대형교회는 존재할 수도 없으며 순진한 영혼들을 홀려 대형화의 야심을 채우려는 목사들은 발붙일 곳이 없었을 것이다. 대형화를 성공의 기준으로 보고 그런 것을 선호하는 세속적인 가치관과 허영심, 대형교회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과 안락함을 원하는 다분히 이기적인 마음이 교인들을 대형교회로 몰려들게 한 것이다.

 

어리석은 교인들(2)

교인이라서 참된 교회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자신의 무지를 핑계할 수 없다. 목사가 잘 못 가르쳐서 그렇다고 변명만할 수도 없다. 프로테스탄트 교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경과 개혁교회의 기본 정신에 입각하여 거기에 위배되는 것을 거부하고 항거할 수 있는 투철한 개혁정신을 가진 교인들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목사의 그릇된 가르침에 무분별하게 부화뇌동하는 것은 프로테스탄 정신에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이다. 잘못 가르치는 것도 문제지만 거기에 말려들어가는 어리석음도 전혀 무고하지 않다. 죄의 근본은 무지이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 진리를 깨달게 하시는 성령께 친히 인도함을 받는 이들이다. 영적으로 민감하고 깨어있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잘못된 ...교회의 가르침과 관행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거기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영적으로 어둡고 성경적으로 무지하다는 증거이다.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의 자격과 특권을 스스로 포기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목사가 개혁적인 의지를 가지고 대형화를 극복하고 교회를 쇄신하려고 해도 교인들의 의식이 깨이지 않으면 그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회갱신의 열쇠는 목사만이 아니라 교인들이 함께 쥐고 있는 것이다. 목사만 변해서 교회는 결코 쇄신되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는 길은 목사와 함께 교인들이 변하는 것이다. 교인들이 성경적으로 계몽되고 영적으로 눈을 떠서 교인들의 영적인 무지와 어리석음을 교묘히 이용하여 종교적인 야욕을 채우려는 음흉한 목사들의 잔꾀를 간파할 수 있어야 그런 자들이 교계에서 더 이상 활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조금만 영이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속되고 너절한 인격과 혼탁한 영성을 소유한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간적으로는 멀쩡하게 보이고 반듯하게 생긴 사람들이 그런 곳에 앉아 넋두리 같은 설교를 들으며 아멘을 연발하는 모습은 맛이 가도 한참 간 사람들로 밖에 안 보인다.

교회의 설교나 행태가 기독교의 무늬로 찬란하지만 그 알갱이는 완전히 비기독교적이고 세속적이다 못해 거의 이단에 가까운 목사와 교회들이 횡횡한 참담한 현실이 어디에서 기인된 것인가. 나쁜 목사들 뿐 아니라 어리석은 교인들 때문이다. 영적인 무지와 어리석음 때문에 종교업자들과 같은 목사들에게 영적으로 유린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진리의 말씀을 부지런히 알고 따르기를 싫어하는 그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불순종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이며 심판인지 모른다.

 

어리석은 교인들(3)

어떤 교회에서는 온갖 명목으로 교인들로부터 최대한 헌금을 뜯어낸다. 헌금을 많이 하면 복 받는다는 온갖 감언이설의 당근과 헌금 띠어먹으면 몇 곱절 기어내는 손해와 징계가 임한다는 공갈의 채찍으로 교인들을 몰아쳐 헌금실적을 극대화하는 비결이 놀랍게 잘 먹힌다. 그런데 그런 교회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헌금하던 교인도 성경적으로 가르치는 교회에 와서는 목사가 헌금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신사적으로 대하면 오히려 헌금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성경적으로 바르게 하면 도무지 순종하지 않으니 목사들이 어쩔 수 없이 비성경적인 방법, 기복적인 꼬드김과 율법적인 겁박을 동원해서 헌금하지 않을 수 없게 교인들을 몰아가는 것이다.

영적인 권위로 지배하고 군림하는 목사 밑에서는 꼼짝없이 착취당하면서도 고분고분하게 신앙생활하나 성경적인 원리를 따라 겸손하고 진실하게 교인들을 섬기려는 목사는 잡아먹을 듯이 힘들게 하는 일부 교인들의 희한한 분열증적인 증상도 교회문제의 특별한 연구대상이다. 신실하고 온유한 목사들을 말려죽일 정도로 힘들게 하는 장로들과 교인들이 있다. 편법과 술수를 쓸 줄 모르는 마음이 여린 목사들이 사납고 무례한 교인들에게 당하는 정신적인 린치로 거의 영적인 그로기 상태에 빠진 목사들이 많다.

그러니 영리한 목사들은 성경적으로만 목회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적당한 차선책을 택한다. 목사가 성경적으로 소신껏 목회하는 것을 감당할만한 기본 바탕과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교인들이 허다한 목회현실 속에 정상적인 목회는 무척 힘들다. 성령과 말씀을 따라 참신하고 올곧게 사역하는 목사들이 나와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런 목회를 능히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성숙한 교인들이 구름떼 같이 일어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