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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재력 = 자녀 학벌 ‘성공 사다리’ 끊긴 한국

금빛돌 2015. 5. 1. 11:24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ㆍKDI ‘계층 이동성·교육’ 보고서
ㆍ최하위 임금 받는 부모서 최상위 임금 자녀 나올 확률 18%
ㆍ교육 ‘대물림 통로’로… “노력보다 학벌·연줄” 갈수록 늘어

“한국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올’ 확률은 18%.”

예전엔 집안이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커지면서 교육이 계층 간 대물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국책연구원이 내놨다. 교육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는 지원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9일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 보고서에서 “교육이 계층 이동을 가능케 하는 사다리보다는 대물림의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며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가 정체하지 않으려면 여러 경로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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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위원이 아버지와 아들 356쌍(평균 출생연도 아버지 1946년, 아들 1976년)의 월평균 임금분포(아버지는 1998~2012년, 아들은 2008~2012년 평균 임금)를 최하위·하위·상위·최상위 4개 구간으로 나눠 분석해보니 최하위 25% 임금을 받는 아버지로부터 최상위 25% 임금을 받는 아들이 나올 비율은 18%에 그쳤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의 교육수준을 좌우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의 가구소득, 아버지의 교육·직업수준이 자녀의 대학진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최상위 25% 구간에 속하는 부모의 자녀들은 4명 중 3명이 4년제 대학에 들어갔고, 10%는 상위 9개 대학 및 의대에 입학했다. 반면 최하위 25%에 속하는 부모의 자녀들은 5명 중 2명만이 4년제 대학에, 0.4%만이 상위 9개 대학 및 의대에 들어갔다. 특목고 진학도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 가구 월소득이 500만원을 넘는 학생 비율이 특목고에서는 50.4%였지만 자율고(41.9%), 일반고(19.2%), 특성화고(4.8%)로 갈수록 낮아졌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울대 입학생들 중 특목고 출신 비율은 2002년 22.8%에서 2011년 40.5%로 증가했다. 특목고 학생일수록 아버지의 학력수준도 높았다.

교육이 계층 간 대물림 현상을 심화시키면서 ‘노력의 보상’에 대한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성공·출세하려면 ‘성실성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2006년 41.3%에서 2010년 29.7%로 줄고 ‘학벌과 연줄’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33.8%에서 48.1%로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담았다.

김 연구위원은 교육 격차 심화를 해소하려면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전형 같은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는 수능점수가 다소 낮아도 발전 가능성을 보고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제도를 2005년 도입했다.

이 제도로 들어온 학생들은 입학 초기에는 특목고 출신들보다 학점이 낮았지만 4학년 때는 다른 입학생들보다 학점이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보육과 유아교육부터 가정환경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차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며, 대입전형에서도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입학 기회가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